‘품위있는 사회란 제도가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다’라는 말에, 여기서의 ‘제도’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했다. 지난번에는 ‘규범’이라는 단어에 치중하다보니 그냥 ‘정치제도’정도라고 생각하다가 말았었는데, 더 생각해보니 제도가 참 많다.-하긴 그날 ‘복지 제도’얘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나만 딴 세상에 다녀왔는지 이제야 생각이나다니- 교육제도, 선거제도, 법률제도, 경제제도, 군대제도, 가족제도부터 입학사정관제도, 토지제도, 금융실명제도등등 굵직한 제도와 곁가지의 차이일 뿐 그동안 알게 모르게 이렇게도 제도 속에 둘러쌓여 살았나싶을 정도로 많다.
이런 여러 가지 제도 중에서 아직도 나의 관심사는 가족제도와 그 안에 개개인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물론 그건 하나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 내 성격적 특징도 어느정도 작용하고 있긴하지만- 내가 가족제도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첫째로 가족제도가 비합리적임에도 불구하고 유지되고 있다는 점과 두번째로는 그 안에 사람들이다.
첫 번째인 가족제도의 유지 이유야 그냥 책 몇 권만 뒤지면, 지금의 이 막연한 느낌들이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정작 더 내 맘을 끄는 것은 두 번째 이유. 그 안에 사람들... 가족제도라는 모순속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피해자만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다른 제도들은 문제점들이 발생한 경우 대부분 원인이 밝혀지고 가해자나 가해집단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런데 유독 가족제도만은 모두가 피해자처럼 보인다. 때로 가해자가 있다해도 그 사람만을 놓고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그 사람도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책임을 져야하는 행동에까지 면책된다는 뜻은 아니고요)
한가지 원인에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원인을 정신분석에 의존해선 안된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고진할배말에 동의하지만, 모든 결과를 개인의 의지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그건 어디까지나 배부르고 배운 사람들 식의 잣대라고 생각한다. 그도 아니면 이미 개똥밭을 벗어난 사람이거나.. 우선 당장의 끼니 걱정은 해결되어야 하고, 내 배가 부른 다음에야 머릿속도 채울 생각이 들것이고, 그 다음에야 남도보고 자신도 돌아보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왜 환경을 극복하지 못했느냐고 모든 결과를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타인을 향한 야박한 잣대를 넘어선 또 다른 칼이다. 차라리 그건 자신에 대한 우월감보다 더한 오만이며, 상대에 대해서는 동정심에서 베푸는 자선보다도 못한 폭력적인 모욕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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