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너는 너, 나는 나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2. 10. 00:33

가족이란 이름으로 내 욕심이 지나쳤다면 과연 어디까지 덜어내야 하느냐는 질문에 길게 생각지도 않고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말이 누군가에게서 불쑥 튀어나왔다. 한편에서는 ‘그러면 그게 어디 가족...’이란 말이 멀리서 들렸던 것도 같은데, 그게 딴 사람말이었는지, 내 속말이었는지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겠다. 나도 그런 생각 안했던 건 아닌데... 내 속으로 생각할 때는 ‘그럼 그게 남과 뭐가 다른가’ 싶어 왠지 서글프고 막막하더니만, 다른 사람 입을 통해 들으니 그냥 ‘그러려니’하며 받아들여지는게 신기하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너는 너, 나는 나’라는 건 당연한 말. 그래도 남이 아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 남보다 조금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그래, ‘남보다 조금 특별한 너!’ 그 정도가 좋겠다.
하긴 남편도 어차피 처음에는 남이었던 것이고, 자식이야 피가 섞였다고들 하며 뭔가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만, 피야 수혈만 받아도 섞이는건데 뭐. 어차피 성장하며 하나의 객체로 커갈 것을 생각하면, 내 속에서 나왔으되 남으로 커가는 것은 당연지사.
남편이 이 말은 들으면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다. ‘난 당신을 많이 사랑해. 난 애들이 너무 예뻐. 난 우리 가족이 제일 좋아’라고 항상 말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사랑에 있어 양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그냥 말일 뿐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무게나 부피 따위의 양으로 잴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그 사람의 ‘많이’와 나의 ‘조금’이 어쩌면 그다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양일지도 모른다. 또 사랑이 평균이나 표준편차따위로도 계산 불가능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어쩜 ‘많이 사랑해’라는 말은 말을 하고 있는 그 순간에 최고로 ‘많이’ 일 뿐이기에... 우리가 사랑에 대해 하고 있는 말은 사랑의 양이 아니라 표현의 양일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며, 가족을 남보다 조금 특별하게 생각하기로 한 점에 대해 괜시리 미안해지는 마음을 툭 털어버렸다.
어찌 생각하든 서로 편히 지내면 되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