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잡상

식은카푸치노 2012. 11. 16. 02:04

밤이 깊었으나 잠은 오지 않고 키보드나 두들겨볼까 합니다.


1.

책은 다 읽었습니다. 다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책 제목이 이상하다.'였어요.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투쟁"이란 제목은 반제국주의 뉘앙스를 풍기지만 예상보다 중립적으로 씌어졌네요. 그럼 차라리 "A very short story introduction: Terrorism" 원제 그대로가 좋았을 것을요. 너무 밋밋해서 그런 걸까요?

지금 옆에 있는 책도 제목을 틀어놨어요. "윤리학의 배신"이란 책인데 원제목은 "Experiments in Ethics"에요. 배신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조금이라도 더 팔릴거라 기대했을까요. 하지만, 이 제목 변경은 실패라고 봐요. 이건 제법 난이도 있는 읽을거리거든요.  그냥 "윤리 실험"으로 놓아두는 게 보다 전문적인 도서로 보이잖아요. 이 편이 어디 가서 인용하기도 폼나죠.


2.

아 까먹기 전에 며칠 전 한참 들은 노래 링크할게요. 눈오기 전에 들어줘야죠.



3.

박노자씨의 주화입마가 치유 불가 단계에 이른 듯합니다.


‘강남스타일’, 최저질의 세뇌제

...

영상도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 지금 제 아들이 자신도 이해 못하면서 계속 앵무새처럼 외우는 – 가사의 뻔함은 역겨운 지경에 도달해요.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때 놀고, 가렸지만 노출보다 더 야하고, 이 때다 싶으면 머리를 푸는 여자” – 이것은 근대적 마초의 꿈의 여인입니다. A lady at table, a whore in bed (식사자리에서는 숙녀, 침대에서는 창녀). 그러한 여성을 상대로 해서 사회적 위상 확보 욕망부터 성욕까지 다 채워보려는 것은 남성 우월주의적 사회의 가장 평범한 남성의 가장 평범한 욕구에 속할 것입니다.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여성 여러분, 이런 포르노적 상상들에 대해 절로 화가 나지 않으세요? 여성을 일차적으로 ”성”으로 보려는 태도는 분명한데요. 아, 남성인 저부터 들으면 들을 수록 은근히 화 납니다. 그러나 이 동영상을 접한 6억인가 7억인가 되는 ”세계인”의 절대 다수는 설마 이게 다 뭔 말인지 모르겠지요?

...


이에 대한 반박

그리고 재반박


글 자체는 별로 재미 없어요. 반박글이나 재반박글도 그렇네요. 에휴, 이제는 그냥 벽창호로 보여요. 사상이 울퉁불퉁해선 안되나봐요. 울긋불긋해야지. 아마 이 아저씨가 좋아하는 쏘련에는 패러디란 게 미디어를 탈 수 없었던지라 무조건 곧이 곧대로만 인지하셔야 하나봅니다. 너무 오래 망치만 들고 있다보니 모든 게 못으로 보이는 건지..... 에휴.....


4.

촌스럽게 강남스타일에 비판은 무슨 비판이에요. 지겹다면 모를까.


5.

아래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때, 기사가 너무 왜곡되었다 싶었어요. 그 소설이 유명하다고 마구 가져다 원인으로 지목하는 걸로요. 

"남편이 소설처럼 잠자리 안한다" 이혼 청구


그런데 이런 세트상품도 팔린다는 걸 보고 얘네는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지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준다고 책 불태우기 운동을 하는 단체도 있고 하여간 영국에는 별일이 다 있습니다.


6.

팟캐스트 하나 링크할게요.

강유원의 라디오 인문학

현재 2회까지 나와있는데 재미있어요.


7.

사실, 요즘 제 처지가 갑갑하고 재미 없는지라 자기계발서를 뒤적댔어요. 오늘 다 읽은 건 "남자들에게"라는 시오노 나나미의 에세이고 내일은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이란 책을 읽어볼까 해요. "남자들에게"는 제법 괜찮은 에세이에요. 지금 확인해보니 1989년에 세상에 나온 책이로군요. 저자 나이 50대 초반이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라면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시차가 10년 이상으로 느껴져서일까요, 그렇게 오래된 책이 아닌 것같아요. 그리고 몇몇 구절은 무릎을 탁 치게 해요. 쉽고 재미있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이에요. 번역이 더욱 매끄러웠으면 좋았을 것을, 역자가 일본에 살다보니 한국어를 많이 까먹었나봐요.

한 구절 인용해볼게요.


불행한 남자 1

...

유럽에는 자유당의 세력이 쇠퇴한 지 오래다.

...

'자유당'이란 원칙에 충실한 남자들의 집합소란 느낌이다. 그들은 모두 머리가 좋다. 지적 수준도 높고, 대개 태생도 좋으니 몸가짐도 젠틀맨 그 자체다. 게다가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도 마땅한 것들이다. 정책을 듣고 있자면 과연 하고 납득이 될 만큼 정론의 연속이다. 그러면서도 유권자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얻긴 하나 너무 조금이다.

이것은 이들의 태도에 원인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바른 것을 주장한다고 믿고 있으니, 자기들이 지지받지 못하는 것을 유권자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론을 주장한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자신의 책임을 훌륭히 완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

반대로 자유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는 마찬가지인 일본의 자유 민주당이 30년 이상이나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원칙에 충실하려는 것 따위는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처럼 기묘한 정당도 없을 것이다. 정당이란 주의, 주장을 같이하는 정치가의 모임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면 뭐가 뭔지 모를 단체이다.

- p.186


20년도 더 지난 글이라는 걸 고려할 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8.

공주님 지지자들이 만든 동영상이에요. 북쪽 부럽지 않아요. 장군님은 축지법을 쓰시지만 공주님은 손발을 오그라뜨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