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쿵쿵 팔딱팔딱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2. 02:11
토요일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나니 머리가 아팠다. 술이 깨기 시작할 무렵부턴 그렇게 머리가 아프다. 어차피 낼 아침이면 진통제를 먹겠구나 싶었다. 순간 문득 든 생각! '어차피 낼 아침에 머리 아프다 먹을거, 지금 먹으면 낼 아침엔 안 아프지 않을까?'
평소 약에 대한 부작용이 별로 없는 탓에, 거부감도 없고, 오히려 과다복용쪽에 가까운 나로서는 그냥 별 생각없이 약을 많이도 아니고, 딱 한알 먹고 잤다. 몇시간후에 내 심장뛰는 소리에 놀라서 잠에서 깼다. 다이어트 약을 먹고 자기 심장소리가 들리고 손이 벌벌 떨려서, 약먹기를 그만 두었다는 사람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내 심장소리를 내가 듣는건 처음이다. 그런데 맥을 잡을 때처럼 '툭툭' 뛰는게 아니라 말이 달리듯 아주 빠르게 달린다. 아주 빠르게 쿵쿵거리는 내 심장소리에 덜컥 겁이나서 손가락부터 하나씩 움직여보고, 팔을 구부려보고, 내 가슴에 손을 대보고, 뭐 그러다 잠이 깼다. 좀 있다가 괜챦아졌다. 정말 그랬던 것인지, 가위눌리듯 꿈을 꾼건지 잘 모르겠다.
신혼때였다. '당신! 이거 남자한테는 고문인거 알어?'라며 남편이 볼벤 소리를 했던 일.
그건 '그냥 안아서 재워주기'였다. 그게 고문이라는 건 당연히 '섹스'라는 행위로 이어지는 것을 전제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난 안아주는게 좋아서, 안아주는 것만 원했으므로... ^^
이제야 말하지만 내가 그걸 좋아했던건 심장소리때문이었다. 가슴에 귀를 대고 쿵쿵 뛰는 심장소릴 직접 듣거나, 겨드랑이 아래쯤으로 팔뚝과 가슴이 만드는 공간에 얼굴을 묻고 손을 가슴에 올려놓으면 팔딱거리며 뛰는 '심장'이라는 녀석을 느낄수 있다. 내가 느끼는 이 따스한 체온도 다 저녀석 덕분이다. 그 자체로도 좋고, 내가 느끼는 다른 좋은 것들도 다 그녀석 덕분이다.
한번은 마치 자위를 떠올리듯이 '내 심장소리로 위안을 받을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뭐 내 심장소리 듣자고 청진기를 사기는 좀 그렇고, 그렇다고 내 귀가 내 가슴에 닿을리는 만무하고, 아무리 내 손으로 왼쪽 가슴 여기저기를 만져보아도 심장이 뛰는 느낌을 잘 모르겠다. 가끔 뛰는 것같기도 한데, 너무 약해서 긴가민가 싶다. 손목에 맥은 잡히지만, 그건 심장에 비할바가 못됬다.
어느날인가 남편의 심장뛰는 소리를 듣고 있다가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내 심장도 뛰어?'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다. '당연하지'
'근데 난 잘 모르겠어. 한번 들어봐줄래?'
'잘 뛰어'
'너무 느리지 않어?'
'아니, 잘 뛰어.'
'그럼, 당신은 당신 심장거 느낄수 있어?'
'아이~ 내 심장이야 당연히 자~알 뛰지.'
그 대답이 남편은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자신이 느낄수 있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너무나 당연해서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는 얘기인지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그사람은 이미 내가 여태한 질문만으로도 나를 '4차원'으로 떠나보내려는 찰나임을 알고 있기에...
나만 내 심장을 못 느끼는 건가?
어느순간에는 잠자는 아이를 다독이다가도, 갓난 아이를 목욕시키다가도, 심지어는 무심코 안아든 남의 집 개에게서도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이내 혼자 편안해 지기도 하는데... 특정한 의학도구를 이용하지 않는 한, 심장이라는 것은 인간이 오직 다른 개체로부터만 느낄수 있는 감각적 위안인건가?
굳이 의학을 이용한다면이야 내 심장소리를 들을수야 있겠지만, 굳이 그런게 아니라...
나만 내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도 그런건지 그것도 모르겠지만...
내가 내 심장이 뛰는 것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다른 개체에게서만 느낄수 있다는 것은, 나에겐 한편으로는 허전함이고, 한편으로는 축복이다.
평소 약에 대한 부작용이 별로 없는 탓에, 거부감도 없고, 오히려 과다복용쪽에 가까운 나로서는 그냥 별 생각없이 약을 많이도 아니고, 딱 한알 먹고 잤다. 몇시간후에 내 심장뛰는 소리에 놀라서 잠에서 깼다. 다이어트 약을 먹고 자기 심장소리가 들리고 손이 벌벌 떨려서, 약먹기를 그만 두었다는 사람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내 심장소리를 내가 듣는건 처음이다. 그런데 맥을 잡을 때처럼 '툭툭' 뛰는게 아니라 말이 달리듯 아주 빠르게 달린다. 아주 빠르게 쿵쿵거리는 내 심장소리에 덜컥 겁이나서 손가락부터 하나씩 움직여보고, 팔을 구부려보고, 내 가슴에 손을 대보고, 뭐 그러다 잠이 깼다. 좀 있다가 괜챦아졌다. 정말 그랬던 것인지, 가위눌리듯 꿈을 꾼건지 잘 모르겠다.
신혼때였다. '당신! 이거 남자한테는 고문인거 알어?'라며 남편이 볼벤 소리를 했던 일.
그건 '그냥 안아서 재워주기'였다. 그게 고문이라는 건 당연히 '섹스'라는 행위로 이어지는 것을 전제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난 안아주는게 좋아서, 안아주는 것만 원했으므로... ^^
이제야 말하지만 내가 그걸 좋아했던건 심장소리때문이었다. 가슴에 귀를 대고 쿵쿵 뛰는 심장소릴 직접 듣거나, 겨드랑이 아래쯤으로 팔뚝과 가슴이 만드는 공간에 얼굴을 묻고 손을 가슴에 올려놓으면 팔딱거리며 뛰는 '심장'이라는 녀석을 느낄수 있다. 내가 느끼는 이 따스한 체온도 다 저녀석 덕분이다. 그 자체로도 좋고, 내가 느끼는 다른 좋은 것들도 다 그녀석 덕분이다.
한번은 마치 자위를 떠올리듯이 '내 심장소리로 위안을 받을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뭐 내 심장소리 듣자고 청진기를 사기는 좀 그렇고, 그렇다고 내 귀가 내 가슴에 닿을리는 만무하고, 아무리 내 손으로 왼쪽 가슴 여기저기를 만져보아도 심장이 뛰는 느낌을 잘 모르겠다. 가끔 뛰는 것같기도 한데, 너무 약해서 긴가민가 싶다. 손목에 맥은 잡히지만, 그건 심장에 비할바가 못됬다.
어느날인가 남편의 심장뛰는 소리를 듣고 있다가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내 심장도 뛰어?'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다. '당연하지'
'근데 난 잘 모르겠어. 한번 들어봐줄래?'
'잘 뛰어'
'너무 느리지 않어?'
'아니, 잘 뛰어.'
'그럼, 당신은 당신 심장거 느낄수 있어?'
'아이~ 내 심장이야 당연히 자~알 뛰지.'
그 대답이 남편은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자신이 느낄수 있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너무나 당연해서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는 얘기인지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그사람은 이미 내가 여태한 질문만으로도 나를 '4차원'으로 떠나보내려는 찰나임을 알고 있기에...
나만 내 심장을 못 느끼는 건가?
어느순간에는 잠자는 아이를 다독이다가도, 갓난 아이를 목욕시키다가도, 심지어는 무심코 안아든 남의 집 개에게서도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이내 혼자 편안해 지기도 하는데... 특정한 의학도구를 이용하지 않는 한, 심장이라는 것은 인간이 오직 다른 개체로부터만 느낄수 있는 감각적 위안인건가?
굳이 의학을 이용한다면이야 내 심장소리를 들을수야 있겠지만, 굳이 그런게 아니라...
나만 내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도 그런건지 그것도 모르겠지만...
내가 내 심장이 뛰는 것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다른 개체에게서만 느낄수 있다는 것은, 나에겐 한편으로는 허전함이고, 한편으로는 축복이다.
늙은 창녀의 이야기가 나왔던 토요일.
굳이 성욕같은 본능이 아니더라도, 외로움이나 위안같은 감정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머리는 잊어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오래된 기억들. 때론 머리보다 정직한 몸뚱아리의 감각들.
많은 말보다 더 많은 위안을 줄수 있는 것.
인간이 다른 개체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것.
머리보다 정직한 몸을 생각하다가, 그냥 심장생각이 났다.
살아있는 것들만이 줄수 있는 느낌.. 그래서 나 역시 살아있음을 느끼고 평온하게 하는, 타인의 심장. 그래서 난 심장소리와 심장이 뛰는 느낌이 좋다. 쿵쿵 팔딱팔딱.
굳이 성욕같은 본능이 아니더라도, 외로움이나 위안같은 감정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머리는 잊어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오래된 기억들. 때론 머리보다 정직한 몸뚱아리의 감각들.
많은 말보다 더 많은 위안을 줄수 있는 것.
인간이 다른 개체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것.
머리보다 정직한 몸을 생각하다가, 그냥 심장생각이 났다.
살아있는 것들만이 줄수 있는 느낌.. 그래서 나 역시 살아있음을 느끼고 평온하게 하는, 타인의 심장. 그래서 난 심장소리와 심장이 뛰는 느낌이 좋다. 쿵쿵 팔딱팔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