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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약장수 소개서

by 식은카푸치노 2015. 8. 4.




인문학 페티시즘, 이원석 지음, 필로소픽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과 같은 책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작가들, 대중적으로 알려졌음에도 강단에서는 소외당하는 약장수들을 소개하는 책이 있습니다. 읽을 생각 없었는데 몇 주 전 서점에 가서 들춰보다가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집어왔어요. 그냥 후다닥 잘 읽힙니다. 그리고, 에휴..... 인문학 써 붙여서 노젓겠다는 이쪽 업계도 생각보다 막장이네요. 후반부에는 별 희한한 사람들이 다 나와요.


페티시즘이란 용어는 드 브로스에 의해 최초로 등장한다. "드 브로스는 페티시즘을 신격화된 동물 혹은 불활성 존재에 대한 숭배라고 규정하고, 부적과 같이 사물에 신적인 속성을 부여하고 이에 대한 숭배가 이루어질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니까 페티시즘의 대상에는 이중적 측면이 내재한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사물이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은 우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인문고전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다시 읽어보자. '인문고전에 신적인 속성을 부여하고 이에 대한 숭배가 이루어질 경우에' 인문고전에 대한 페티시즘이라고 할 수가 있다.


...

그런 의미에서 강신주를 비판할 일이 아니다. 그 화법에 동의하지 않으나, 어쩌면 누구에겐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허나 그를 스타로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병들었다는 뜻이다. 이 사회가 달라지지 않는 한 또 다른 멘토, 치료자, 독설가가 나타날 것이다.

- p.49~50


기예, 곧 art는 기술과 예술이 분리되기 이전의 상황을 반영한다. 이 단어 안에서 기술과 예술이 하나로 묶인다. 통상 인문교양으로 번역되는 'liberal arts'는 정확히 말하면 (고대 희랍 도시국가에서의) 자유인이 습득하는 비실용적 기예를 가리킨다. 이것은 노예가 익혀야 하는 실용적 기예에 대비되는 것이다.

- p.99


엄밀히 말해 그가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인문학이 아니라 핵심 교양이었다. 그는 역사와 철학이 하이테크와 만나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핵심 교양이 만나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핵심 교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적어도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관한 당대 최고의 신빙성 있는 지식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 최고의 핵심 교양은 되레 과학이어야 한다.

...

그것은 과학, 인문학, 사회과학, 심지어 예술까지도 포함한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경험과 인간의 직관을 강조한 잡스의 고백은 '테크놀로지와 인문학의 결합'이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의 결합'을 뜻하는 것이라고 읽혀야 한다. - 장대익,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 p.11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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