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90일 때, 92로 들어온 후배. 2년정도 유난히 날 따랐었다. 졸업을 하고서는 대부분이 그렇듯이 가끔 연락하거나 보는 정도. 졸업하고 한참이 지나서 어쩌다 고향이다시피한 마포에서 이사를 해야했다. 전세금이 맞으면 집이 어설프고, 집이 맘에들면 전세금이 비싸고, 서울의 왠만한 곳은 다 뒤지고 다녔더랬다. 이때 이 녀석이 '선배랑 가까이 살면 좋겠다. 강동 살기 좋아요.'라며, 이것저것 알아봐준 덕분에 여기에 자릴잡게 됬다. 신세 톡톡히 진건 인정하지만, 다시 삶의 전선으로 각자 바쁘게... 그 후 사정이 생겨서 연락이 끊어지고, 한동네 산다는 것만 알고 지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몇 년만에 우연히 건널목에서 만났을 때, 정말 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 마냥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지만, 역시나 일년에 두세번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기를 또 몇 년. '송년회'라는 흔한 제목이라도 붙이지 않으면, 올해 역시 무심히 넘길 것 같아 일부러 약속을 잡았다.
젊음이 가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제법 괜챦은 일인 듯싶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하늘 같은 선배'와 '까마득한 후배'였던 우리가, 어제는 언니와 동생같았다. 그 녀석이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꺼냈다. 거기에는 어렸던 그 녀석의 모습이 있고, 잊고 있었던 내 모습도 있다. 나 역시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한다. 거기에는 부족한 내 모습이 있고, 그 녀석은 그 말에 한편으론 놀래고 한편으론 끄덕이며, 그래도 내게 고마웠다고 한다. 고마웠던건 오히려 난데...
레인보우 속옷은 여자의 자존심이라며, 이번에 여행가면 속옷선물 사온다는 녀석이 이젠 오히려 언니같다. '언니가 뭐 이리 어설퍼?'라는 식으로 동생에게 면박받는 듯한 기분도 썩 괜챦았다.
요근래에, 기억이라는 것이 나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기에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런 기억들로 이루어진 과거 역시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내 생각이 과거를 털어버리기 위한 성급한 마음이 부른 미숙한 판단이었나보다. 아무리 내 멋대로 짜맞춘 것들이라 하더라도, 그 시간들 속에 사람들이 늘 함께 있었는데 말이다. 비록 재구성되었을 망정,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의미없다며 송두리째 날려버릴 생각을 하다니...
나... 그동안 ... 섬세하게 느끼는 것은 잊어버리고, 예민하게 따지는 것만으로 그 자리를 대신 하면서 살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연말 송년모임' 참 뻔해서 싫었었는데, 올해는 끌려다닌 모임이 아니어서인지 전 좋네요. 여러분들은 어떠신지? 과음하지마시고, 한해 마무리 잘하세요. *^^*
그러던 어느 날, 몇 년만에 우연히 건널목에서 만났을 때, 정말 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 마냥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지만, 역시나 일년에 두세번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기를 또 몇 년. '송년회'라는 흔한 제목이라도 붙이지 않으면, 올해 역시 무심히 넘길 것 같아 일부러 약속을 잡았다.
젊음이 가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제법 괜챦은 일인 듯싶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하늘 같은 선배'와 '까마득한 후배'였던 우리가, 어제는 언니와 동생같았다. 그 녀석이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꺼냈다. 거기에는 어렸던 그 녀석의 모습이 있고, 잊고 있었던 내 모습도 있다. 나 역시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한다. 거기에는 부족한 내 모습이 있고, 그 녀석은 그 말에 한편으론 놀래고 한편으론 끄덕이며, 그래도 내게 고마웠다고 한다. 고마웠던건 오히려 난데...
레인보우 속옷은 여자의 자존심이라며, 이번에 여행가면 속옷선물 사온다는 녀석이 이젠 오히려 언니같다. '언니가 뭐 이리 어설퍼?'라는 식으로 동생에게 면박받는 듯한 기분도 썩 괜챦았다.
요근래에, 기억이라는 것이 나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기에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런 기억들로 이루어진 과거 역시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내 생각이 과거를 털어버리기 위한 성급한 마음이 부른 미숙한 판단이었나보다. 아무리 내 멋대로 짜맞춘 것들이라 하더라도, 그 시간들 속에 사람들이 늘 함께 있었는데 말이다. 비록 재구성되었을 망정,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의미없다며 송두리째 날려버릴 생각을 하다니...
나... 그동안 ... 섬세하게 느끼는 것은 잊어버리고, 예민하게 따지는 것만으로 그 자리를 대신 하면서 살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연말 송년모임' 참 뻔해서 싫었었는데, 올해는 끌려다닌 모임이 아니어서인지 전 좋네요. 여러분들은 어떠신지? 과음하지마시고, 한해 마무리 잘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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