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해서 세탁기를 돌리려다 온수에 연결해놓은 걸 봤어요. 지난 번 배란다가 얼어 배수관이 역류한 뒤로 세탁기 호수를 온수로 돌려놨거든요. 그래서 졸지에 나란 남자 삶아빠는 남자.
완연한 봄날씨에 무슨 온수세탁이냐 해서 호수를 바꾸어 연결하고 쌓여있던 수건을 몽땅 빨았지요. 잠도 부족한데 요즘 집에서 뭔 일을 했겠어요. 엉망이죠. 청소랑 설겆이 거리도 넘쳐나지만, 그건 일단 보류.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매년 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가라앉아요. 약간 우울하다고 할까요. 그러한 감정의 밀도는 어떤 노래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돌아보면 대충 파악할 수 있지요. 오늘은 이런 분위기로 종일 연결했어요.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내가 눈물이 난 게 아니고
이부자리를 치우다 너의 양말 한 짝이 나와서
갈아 신던 그 모습이 내가 그리워져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책상서랍을 비우다 니가 먹던 감기약을 보곤
환절기마다 아프던 니가 걱정돼서 운 게 아니고
선물 받았던 목도리 말라빠진 어깨에 두르고
늦은 밤 내내 못 자고 술이나 마시며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우네
지나가는 네 생각에 내가 눈물이 난 게 아니고
이부자리를 치우다 너의 양말 한 짝이 나와서
갈아 신던 그 모습이 내가 그리워져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책상서랍을 비우다 니가 먹던 감기약을 보곤
환절기마다 아프던 니가 걱정돼서 운 게 아니고
선물 받았던 목도리 말라빠진 어깨에 두르고
늦은 밤 내내 못 자고 술이나 마시며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우네
어느 무렵부터 '그대여 나와 같다면~ ... 그냥 내게 오면 돼~' 라는 식의 가사보다 이런 가사가 들어와요. 나이를 더 먹으면 '보고 또 봐도 또 쳐다 봐도 싫지 않은 내 사랑아~' 같은 게 좋아질지도 모르죠.
하여간,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네요. 전쟁같은 사랑은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