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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책은 뭐하러 읽냐고요.

by 식은카푸치노 2010. 2. 1.




요즘 글이 뜸했습니다. 노트북이 고장나서 퇴근하고는 오프라인 생활만 했어요. 일주일 넘게 인터넷을 끊어보니 좋은 점도 있더군요. 일단 책 읽는 시간이 확보되고 방도 좀 치우게 되고 잠자는 시간도 약간은 길어져서 피곤함이 적어졌어요.
그런데 쓰고 싶은 글이 있어도 쓸 방법이 없더군요. 펜을 쥐고는 편하게 글쓰기가 어렵더라고요. 키보드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운 몸이 되어버렸다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타자연습을 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지난 모임에서 필명시러님이 말씀하신 게 있었죠. 책을 읽을 때 끝에 가서 답답한 거요. 이것저것 말은 많았지만, 최종적으로 독자에게 주어지는 답답함. [그래서 어쩌라고!]

요즘 우리가 읽는 책에 그런 측면이 많습니다. 잘 팔리는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확실한 방향 제공이 없지요. '이건 이렇고 그건 그런데 저렇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용기를 주는 듯하지만, 구체적이지 않기에 여전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듯합니다. 특히, '철학'이란 주제가 포함되었다면 더욱 심하죠. 삶에 있어서는 '곤장 안전하게 얻어맞기'와 같은 실용서가 나을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으면 무엇에 좋으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딱히 떠오르는 대답이 없어요. 적어도 행복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괴로울 수도 있지요. 엎어져서 맞을 곤장 바로 누워 맞는 것처럼요.

저는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아요. 책은 그저 사실과 의견의 나열이며 이성과 감성의 표현입니다. 길을 자신이 만드는 걸로 여기지도 않아요. 그저 걷는 곳이 길일뿐.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 또한 곧이곧대로 믿지 않아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행동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행동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지요. 게다가 생각대로 행동한다는 건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가는 고통인 경우도 있는데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하지만, 제 책읽기를 그 지점에서 찾고 있어요. 제 생각과 삶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도 모르고 그저 지금의 이런 삶은 아니라고만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반복하지요. 용기가 없다고 해도 좋고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과 행동의 간극을 긍정하기에 책을 읽습니다. 제게 있어 책읽기란 간극을 확인하는 작업이에요.

간극을 확인하면 뭐가 좋더냐고 물으실 수 있겠네요.
진담인데요. "난 참 병신같아."라고 웃으며 자학할 수 있어서 좋아요.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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