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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십대의 야무졌던 꿈(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21.
  아마 나이값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살 나이를 더 할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나, '내일도 저마다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구절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이보다 더 현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이만큼만은 강하고 현명하고 싶다는 욕심. 적어도 이십대 후반의 어느 시점까지는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고 느낀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지금은 '나이 값'이라는 것 자체의 의미를 모르겠다. 한때는 정의로움이나 용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더 나이들어서는 지식을 기반으로한 지성이나 타인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또 한때는 주책부리지 않고 이성적이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한다거나,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상처를 주지 않기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 혹은 추한 모습보이지 않고, 우아하고 고상하게, 혹은 언제나 젊은 마인드로, 건강하게 등등 뭐 그런 것들을 나이 값하는거라고 뭉뚱그려 그때그때 생각하지 않았었나 싶다. 지금은 그냥 그런 것들은 나이 값을 하기위한 조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흔에 내가 생각하는 나이 값은.....
'언제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

유연하고 예민함 역시 그렇다. 그냥 어른이 되면 고집스러워지고, 둔해지고, 자기주장만하고, 그러는게 싫었던 것같다. 모든 어른이 그러지는 않았을텐데, 아마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이미지가 그랬던 것같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어도 둔해지지 않고 예민하게, 아집에 둘러싸이지 않고 유연하고 나이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든다.
 마흔을 살아보니 세상에는 모든 면에 예민한 사람도, 모든 면에 둔한 사람도 없었다. 단지 어떤 면에 예민하고, 어떤 면에 둔한데, 그 '어떤 면'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고, 그 '어떤 면'의 많고 적음이나, 표현의 양에 따라 달라보일 뿐이었다. 

 이제 마흔에 나는 선택을 해야할 뿐이다. 어떤 면에서 유연할 것인지, 어떤 면에서 예민함을 잃지 않을 것인지.. 더불어 어떤 때는 강하게 내 주장을 해야할 것인지, 어떤 때는 빨리빨리 잊고 곰팅이 같이 살아야 할 것인지.. 

 아직은 선택하지 못했다. 잘 모르겠다. 그때그때 현명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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